다이어리와 노트 정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중간 굵기의 글씨로 깔끔하게 남는 펜을 하나 장만해보려고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모나미 중간글씨용 네임펜 Fine’을 보게 되었고, 가격도 부담 없이 구매하게 됐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메모나 제목을 굵지 않게, 그러나 선명하게 남기고 싶었거든요. 다이어리에 적힌 카테고리나 이름표를 매길 때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고요.
첫인상은 생각보다 가볍고 안정적이었습니다. 펜촉이 얇은 편은 아니지만, 종이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잉크 흐름도 매끄럽게 이어졌어요. 잉크가 한꺼번에 퍼지지 않고, 선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립감도 손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아 오랜 시간 필기해도 피로가 덜했어요. 다만 실제로는 종이 질에 따라 선의 선명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편이라, 일반적인 노트용지에는 충분히 깔끔하지만 코팅지나 좀 더 두꺼운 용지에서는 조금 더 선이 또렷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점부터 꼽아보자면, 첫째로 잉크의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점이에요. 펜을 눌러도 잉크가 느리게 완만하게 나오듯, 지나치게 뻣뻣하지도 너무 흐르지도 않는 균형 잡힌 느낌이 맘에 듭니다. 둘째로 글자 굵기가 중간 수준이라 제목이나 소제목 표기에 적합해요. 가독성이 높으면서도 지나치게 굵지 않아, 노트의 구획이나 다이어리의 날짜 표기에 잘 어울립니다. 셋째로 건조 속도가 빨라서 번짐이 비교적 적은 편입니다. 잉크가 종이에 남아 뿌옇게 퍼지는 일이 적고, 일상 용도에서 사용하기에 무난했습니다. 넷째로는 거친 표면이 아니면 거의 잉크가 번지지 않는 편이라, 포스트잇이나 라벨에 쓸 때도 의외로 깔끔하게 남았습니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는 제 취향에 맞는 편안한 필기감이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졌어요.
아쉬운 점도 솔직히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종이 종류에 따라서는 선이 미세하게 뭉칠 때가 있어요. 특히 잉크가 얇은 용지에서 디테일을 표현할 때는 몇 어절에 걸쳐 잉크의 농도가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있더군요. 다음으로는 색상 선택지의 한정이 아쉽습니다. 보통의 파란색이 기본인데, 다른 색으로 포인트를 주고 싶을 때는 다소 제약이 크더군요. 마지막으로, 지속적으로 많이 쓰다 보면 뚜껑과 바디의 이음새가 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장시간 들고 다니거나 자주 여닫는 상황에서는 뚜껑이 살짝 덜 닫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상 속 활용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할게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써봤는데, 다이어리의 오늘의 일정 옆에 작은 제목을 적어두니 한눈에 구분이 잘 되더군요. 또, 작업 중 간단한 표나 체크리스트를 작성할 때도 선이 깔끔하게 남아 정리 효과가 좋았습니다. 업무 메모를 동료에게 전달할 때는 라벨 형태로 네임펜으로 이름이나 구분 태그를 남겨 두면 서로의 노트를 빠르게 구분할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가볍게 포인트를 주고받는 용도로도 의외로 잘 맞습니다.
총평을 내려보면, 중간 굵기의 글씨를 원하고, 가독성과 깔끔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다이어리나 노트 정리에 자주 손이 가는 사람이라면 특히 더 빛을 발합니다. 다만 비용 대비 가성비를 따지기보다, 실제로 어떤 종이에, 어떤 용도로 쓸지 먼저 체감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잉크의 농도 차이가 조금 생길 수 있다는 점만 미리 감안하면, 일상 속 작은 라벨링이나 메모를 더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될 거예요. If you’re looking for a mid-size, clean-line pen for labeling and note-taking, 모나미의 이 네임펜 Fine, 한 번쯤은 손에 들고 써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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