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외 탐사 취재를 다니며 기록을 그림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그래서 결국 이 세트, 탐사 전문가용 수채화 물감 튜브 12ml x 24종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24가지 색상으로 폭넓은 색감을 한꺼번에 다루고 싶었고, 12ml라는 충분한 양도 끈질긴 작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구매 계기는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실제로는 현장에서의 기록과 스케치를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이 크었습니다.
먼저 장점부터 말씀드릴게요. 색감이 대체로 선명하고, 물 조절에 따라 투명한 드로잉도, 불투명한 필터링도 쉽게 구성됩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스카이 블루, 울트라마린 계열을 레이어링하면 질감 차이가 뚜렷해져서 풍경의 깊이가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어요. 24색 구성이 한 손에 다 들어오는 편은 아니지만, 기본 톤과 자주 쓰는 어울림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어 필드스케치에 바로 적용하기 좋습니다. 특히 붓으로 눌러주면 색이 흐름을 타고 의외로 부드럽게 번지는데, 이 점이 야외에서 제 작업 속도를 꽉 잡아주더군요. 또 12ml 튜브가 주는 여유 덕에 물을 많이 쓰지 않아도 처음 뿌리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색의 집중도가 좋습니다. 현장 한쪽에서 색 만들기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말해볼게요. 가장 큰 불만은 휴대성입니다. 24종 세트가 담긴 박스와 튜브 자체가 생각보다 부피가 크고 무게도 만만치 않아, 하이킹이나 장거리 탐사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현장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쓸 만큼의 휴대성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또 색상 간 차이가 비슷
한 톤끼리 겹치는 경우가 있어 처음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어떤 색이 어떤 톤인지 구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색 정보를 보면 좋겠지만, 현장에서는 빨리 판단해 섞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간혹 헷갈리더군요. 마지막으로 가격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에요. 질 좋은 색감과 방수성, 내수성 같은 요소를 생각하면 당연한 가격대일 수 있지만,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분들에겐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일상 속 활용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볼게요. 퇴근하고 집에 와서 바로 써봤는데, 도시의 황혼 빛을 담아보고 싶을 때 아주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옅은 오렌지빛 하늘을 먼저 가볍게 채색하고, 그 위에 차가운 그림자를 올리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물을 조금씩 더해가며 색의 농도를 조절하니, 하루의 피로도 함께 물들어 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 현장 기록용으로 간단한 메모와 함께 사용해보니 붓놀림이 자연스러워서 빠르게 뭔가를 남겨두고 싶은 상황에서도 든든했습니다. 야외에서의 색감 실험이 이렇게 바로 생활 속에 녹아드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론적으로 이 세트는 탐사나 야외 기록을 많이 하는 분께 추천하고 싶어요. 다만 완전히 가볍고 저렴한 세트를 원하신다면 다른 선택지도 고려해보시길 바래요. 산책로를 따라 스케치를 자주 하거나 다큐의 분위기를 수채로 기록하고 싶은 분이라면, 이 세트의 폭넓은 색 구성과 실제 조합의 편의성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구매를 고려하신다면 우선 어떤 풍경을 주로 다루실지 생각해 보시고, 휴대성과 예산의 균형를 맞춰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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