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 기름때, 닦기 전에 한 가지만 하면 됩니다
책상 위 전자레인지 문을 열어보니 유리창이 뿌옇게 기름 막으로 덮여 있었다. 내부 벽면도 누렇게 낀 상태였고, 3월 오후 햇살이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오니 그게 더 선명하게 보였다.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끈끈하게 달라붙는 그 촉감. 수건으로 그냥 밀어버리려다 포기해본 적 있다면, 아래 내용을 먼저 읽어보길.

Pexels @ Matilda Wormwood
손으로 먼저 닦으면 안 되는 이유
굳은 기름때는 상온에서 점착성이 강하다. 마른 수건으로 문질러봤자 넓게 퍼지기만 하고, 물만 묻혀도 별 차이가 없다. 세제를 써도 마찬가지인데, 기름이 식어서 굳은 상태이기 때문에 표면을 녹이지 않으면 잘 닦이지 않는다.
근데 이게 나도 오래 몰랐다.
전자레인지 청소할 때마다 시판 주방 클리너를 뿌리고 10분 넘게 문질렀다. 닦고 나서도 흐릿함이 남아서 답답했는데, 내가 쓰던 방식 자체가 순서가 거꾸로였던 거다. 식초 물 닦기를 처음 써본 2024년 봄에 그걸 알았다.
수증기로 기름때 먼저 불리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름때를 부드럽게 만드는 것. 방법은 단순하다.
- 전자레인지용 컵에 물을 200ml 정도 담는다.
- 전자레인지에서 3분간 돌린다.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내부 전체에 퍼진다.
- 작동이 끝난 뒤 문을 2~3분간 열지 않는다. 밀폐된 상태에서 수증기가 벽면에 충분히 닿아야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굳어 있던 기름층이 눅눅해진다. 이 상태에서 수건으로 닦으면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식초 물로 마무리하기
수증기 단계 직후가 닦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식초와 물을 1:1로 섞은 용액을 수건에 적셔서 닦으면 기름때가 비교적 쉽게 떨어진다.
2024년 4월에 이 방법으로 처음 청소했을 때, 수증기 단계를 먼저 한 뒤 식초 물로 닦았더니 3분 안에 작업이 끝났다. 그 전까지는 클리너로 15분 이상 문질러도 남아 있던 얼룩이었다.
식초 특유의 냄새가 신경 쓰이면 마무리로 깨끗한 물 수건으로 한 번 더 닦으면 된다. 냄새는 금방 빠진다.
오래된 때는 베이킹 소다 페이스트
수개월 이상 쌓인 찌든 기름때라면 식초 물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베이킹 소다를 쓴다.
물에 베이킹 소다를 넣어 걸쭉한 페이스트 상태로 만들고, 수증기로 불린 기름때 위에 발라서 3~5분 놔둔다. 그 뒤 부드러운 수건으로 문지르면 되는데, 베이킹 소다의 미세 입자가 굳은 기름층을 물리적으로 긁어내는 역할을 한다.
단, 전자레인지 내부의 금속 부품이나 얇은 도장 부위에는 직접 바르지 않는 게 낫다. 자국이 생길 수 있다.
솔직히 베이킹 소다 페이스트는 어쩌다 한 번 쓴다. 정기적으로 관리하면 쓸 일이 거의 없다.

Pexels @ RDNE Stock project
회전판과 바닥 틈새 따로 챙기기
기름때가 가장 집중되는 곳이 회전판 아래다. 회전판은 꺼내서 따로 물에 5분 정도 불린 뒤 닦으면 된다. 설거지하듯이 하면 되고, 별도 도구는 필요 없다.
바닥 틈새는 수건으로 잘 닿지 않는다. 오래된 칫솔에 베이킹 소다 페이스트를 묻혀 좁은 구간씩 문질러야 하는데, 1~2cm씩 끊어가면서 닦는 게 제일 효과가 있었다.

Pexels @ Matilda Wormwood
이 방법을 두 달에 한 번 정도 쓰고 나서부터는 기름때가 쌓여도 한 번에 정리가 된다. 15분 넘게 씨름하던 작업이 이제는 5분 안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