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의 여름, AI의 발자국
나는 이 주제를 굳이 꺼내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꼈다. 바람이 더위에 눌려도 골목길엔 사람들이 살아 있는 냄새가 있다. 카페의 커피 향, 버스 정류장의 소문, 가게 앞 스피커가 흘려주는 소소한 안내까지. 지난해까지도 사람 냄새가 우선하던 현장이, 올해는 챗봇과 음성 합성의 음성으로 뒤섞이고 있다. 회사에서도, 동네 상점에서도, 가족의 대화 사이사에서도 AI가 말과 행동의 경계선을 바꾸고 있다. 이 여름의 변화는 누구의 이야기도 배제하지 않는 보편성으로 다가와, 나와 내 가족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놓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기록하고, 또 남겨두려 한다. 왜냐하면 이 변화가 우리 삶의 리듬을 어떻게 바꿔놓는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카페의 디지털 바리스타, 그리고 사람의 미소
아침 출근길, 성수동의 한 카페를 스치듯 지나간다. 예전엔 바리스타의 손짓과 미소가 하루를 깨우는 첫 기억이었다면, 요즘은 화면의 푸른 불빛이 먼저 다가온다. 주문은 키오스크나 음성으로 들어가고, 나는 목소리로 “아메리카노와 우유 조금”이라고 말한다. AI의 음성은 매끄럽지만 때로는 한 음절 놓침으로 빚어진 작은 해프닝을 남긴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노에 우유를 더해 주세요”를 듣고도 우유를 빼거나, “사이즈 large”를 이해하지 못해 작은 사이즈가 들어오는 식의 실수 말이다. 그때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화면의 주문을 수정하고, 나는 “괜찮다”며 자리를 바라본다. 이 장면은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속도와 사람의 여유를 동시에 보여준다. AI가 맡은 일은 확실히 편리하지만, 그 편리함 옆에 남은 공백은 결국 사람의 미소로 채워진다. 누군가의 다짐과 다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 작은 실수에서 다시 배운다.
동네 편의점의 목소리 상담사, 조용한 해프닝
길을 걷다 들르는 편의점에서도 AI의 자취를 발견한다. 계산대 옆의 포스 시스템이 음성으로 안내를 한다거나, 자판기가 물건의 구성과 가격을 설명하는 식이다. 예전같이 직원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묻는 대신, 화면이나 음성이 먼저 움직인다. 가끔은 내가 “영수증 있어요?”라고 말하면 AI가 “영수증은 화면 상단 메뉴에서 확인 가능”이라는 답을 준다. 그때 직원은 한숨을 가볍게 웃고,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한다. 이 편의점은 분명 편리하고 안전하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과의 대화가 주는 사소한 안심감이 줄어드는 느낌도 있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맞춤형 안내를 해주는 편의점이 늘어나도, 점원과의 짧은 대화가 주는 인간적 연결은 여전히 존재한다. 짧은 해프닝 속에서도,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작은 팁을 얻는다. 예를 들어 포장을 부탁할 때도 “포장해 주시겠어요?”보다 “포장으로 부탁드립니다”처럼 명확한 요청이 실수를 줄여준다.
사무실의 초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곳
회사에선 AI가 업무의 속도와 품위를 바꾼다. 회의 전환이나 이메일 초안 작성에 AI를 활용하는 순간이 늘었다. 처음엔 “이게 가능하다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초안이 하나의 아이디어로 시작해 팀의 대화로 완성되는 과정이 더 빨라진다. AI가 뼈대를 만들어 주면, 나는 그 위에 사람의 감각을 입힌다. 톤을 다듬고, 상황에 맞는 예의를 살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손을 댄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AI가 제시하는 표현은 언제나 중립적이고 안전하다. 그래서 가끔은 개인의 온기나 직감이 빠져나가 버리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땐 내가 직접 다듬어 주고, 동료도 함께 검토하는 절차를 남겨둔다. 결국 이 도구는 대화의 촉진제일 뿐, 대화의 주체가 되게 해주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가정의 목소리 로봇, 묘하게 닿은 경계
집으로 돌아오면, AI 스피커가 거실 한가운데에서 푸근하게 말을 건넨다. 아이는 숙제의 문제를 물고 늘어지고, 아내는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AI의 레시피를 불러온다. 한편 나는 가족과의 대화 사이에서 자주 생각에 잠긴다. 음성 합성은 말의 리듬과 어투를 바꿔 주지만, 가족 사이의 질문과 공감은 여전히 사람의 목소리로 교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한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 때 AI가 단계별 풀이를 보여주면, 그것이 반드시 진짜 이해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아이의 손에 들려주는 작은 설명, 엄마의 다정한 말투, 그리고 남편으로서의 빈틈없는 눈빛이 필요하다. 가정은 AI의 도움으로 더 편해지지만, 대화의 촉은 인간의 관계에서 얻는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가끔은 식탁 위의 대화가 기술의 소리에 밀려나 버리는 날도 있지만, 나는 그러한 순간을 의도적으로 조용히 만들어주려 한다. 함께 앉아 서로의 하루를 묻고 답하는 시간을.
동네의 분위기 변화와 느슨한 불안
동네를 걷다 보면, AI를 도입한 가게의 간판과 큐시트가 늘어난 것을 느낀다. 고객 응대의 속도는 빨라졌고, 불필요한 기다림은 줄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정보와 데이터 흐름에 대한 작은 불안도 보인다. 누가 어떤 데이터를 왜 쓰는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에 대한 투명성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지역 커뮤니티의 대화는 더 중요하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서비스의 이면을 묻고, 스스로 선택할 것을 결정한다. AI는 우리에게 새로운 편리를 주지만, 그 편리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지, 어떤 관계로 받아들일지에 대한 책임은 결국 시민인 우리 몫이다. 성수동의 골목에서 노점상 아저씨의 말투,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웃음, 그리고 가게 주인의 작은 고집까지가 여전히 살아 있다. 다만 그 사이에 AI의 음성이 섬광처럼 끼어들어, 우리의 주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현실적 팁, 중년의 나에게 필요한 조언
– 길잡이로서의 AI, 도구로서의 AI를 구분하라.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일은 AI에 맡기되, 공감과 창의성, 맥락 판단은 사람이 남겨두자.
– 대화의 톤을 의도적으로 조정하자. 이메일이나 메시지는 AI의 초안으로 시작하되, 마지막 손길은 반드시 당신의 말로 마무리하라.
– 개인정보와 데이터의 흐름을 체크하라. 어디에 저장되고, 누구에게 열람될 수 있는지 기본적인 확인은 습관으로 삼자.
– 가족과의 균형을 잊지 말자. 아이나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에는 AI를 끄고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 작은 일상에서의 “실패의 미학”을 받아들이자. AI의 실수는 인간의 마음을 다듬는 계기로 삼고, 그것에서 배우는 태도를 길러보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남기는 말
AI는 우리 시대의 도구다. 우리가 손에 쥐고 다루는 도구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진 않는다 해도,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도구는 분명 더 큰 공감과 신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나는 이 여름의 성수동에서, AI의 음성이 사람의 숨결과 대화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확신을 조금씩 다져가고 있다. 필요할 때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리함을 인정하되,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서로의 얼굴과 목소리의 공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도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떠올린 작은 의문이 있겠다. “우리의 대화에서 기술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건강한가?” 나는 답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술은 우리를 지배하기보다 우리를 돕는 방향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스스로가 기술의 경계와 한계를 매일 되짚어봐야 한다. 내일 출근길에 마주치는 카페의 디지털 바리스타, 동네 편의점의 음성 안내, 사무실의 AI 초안—그 모든 순간에 나는 조금 더 사람답게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람답게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의도가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느리게, 그러나 더 깊게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