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노트에 남기는 경계의 이야기
이 주제를 고른 건, 정말 일상의 아주 작은 순간들이 모여 거대한 방향감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출근길의 짧은 대화, 회사에서 주고받는 문자 하나, 집에 와서 아들과 둘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 그리고 스마트폰이 던져주는 간단한 제안들까지. 어떤 날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다가와 “우리의 일”이 어디까지가 직업이고, 어디까지가 창작의 영역인지 모호하게 만들었다. AI 시대라는 말이 너무 커져 버린 뒤에야 비로소 느낀 건, 이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이 곧 우리 시대의 표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이 흐름을 나와 가족, 동네의 작은 습관들과 함께 기록하고 싶었다. 내 삶의 크고 작은 버팀목은 늘 가족과 동네의 일상에서 나온다. 키가 크고 체격이 무겁다고들 말하지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건 그 몸으로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하고, 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애쓴다는 점이다.
동네의 빛과 먼지 사이에서 만들어 낸 작업의 경계
성수동 골목의 벽돌 창고에서 시작된 내 하루는 늘 조금은 예민하다. 날은 짧아지고, 바람은 조금 더 차갑다. 전구가 흔들리는 작업실에서 나는 주로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 하나는 회사에서의 일을 끝마치고 남은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일, 다른 하나는 가족과 나눌 수 있는 짧은 창작의 씨앗을 찾는 일. 가령 숫자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보고서와, 손으로 스케치한 메모가 서로 어울리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 사이에 AI 도구라 불리는 작고 똑똑한 도구가 끼어들 때, 나는 그 위에 인간의 감촉을 얹으려 애쓴다. 예를 들어 데이터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짧은 차트 하나가 아이디어의 방향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을 사람의 이야기로 바꿔 내는 건 나의 몫이다. 이때 큰 체격으로 앉았을 때 의자가 약간 버거운 느낌은 잊지 않는다. 비좁은 의자에 어깨를 걸쳐 앉아도, 머릿속은 여태 논의하던 아이디어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이 작은 육체적 불편이 오히려 집중의 신호가 되기도 한다.
동네 카페에서 만난 도구들, 그리고 나의 오래된 습관
동네 카페는 이런 흐름을 가두지 않는 곳이다. 창가 쪽 의자에 앉아 노트를 펼치고, 오른손은 커피의 남은 거품을 핥듯 가볍게 글을 적는다. 바리스타가 매일 다른 원두를 내리고, 벽에 걸린 스케치가 노트의 여백을 자꾸 자극한다. 이곳에서 나는 종이 노트와 디지털 도구를 함께 쓴다. 예전에는 디지털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컸지만, 지금은 종이에 그리는 순간에도 촉각이 들어가야 비로소 아이디어가 살아난다는 걸 알았다. AI가 제시하는 아이디어는 맛을 더하기 위한 소금 같은 존재일 뿐, 그 자체가 완성은 아니다. 나는 내 손의 움직임으로 문장을 다듬고, 때로는 스케치와 메모를 섞어 이야기의 리듬을 찾는다. 이 작업은 아이가 그림 그리는 시간과도 맞닿아 있다. 아들이 색연필을 쥐고 종이에 무언가를 덧입힐 때, 나도 한 문장, 한 단락을 덧입히려 한다. 비좁은 카페의 소음은 오히려 생각의 흐름을 깨지 않고 지켜보는 역할을 한다. 이곳에서의 습관은 간단하다. 자주 멈춰 생각하기, 기록하기, 그리고 가족과의 대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 작은 실험이 큰 그림의 한 조각이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가족의 말이 창작의 방향을 다독여 주는 법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의 말 한마디가 내 창작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 “네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게 뭔지 먼저 들어봐.” 이 말은 늘 나를 가볍게 눌러 준다. 나는 종종 업무의 필요성과 창작의 자유 사이에서 흔들리고, 그럴 때 아내의 현실적인 조언은 버팀목이 된다. 아이는 아빠의 노트를 빼앗아 들고 다니며 “이건 뭐야?”라고 묻고, 그 물음은 나에게도 묻고 답하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 가족과의 대화 속에서 창작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흐른다. 예를 들면, ‘AI가 제시하는 한 줄의 멘트’를 너무 길게 늘려 쓰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 멘트를 가족의 일상 언어로 바꿔 보자는 제안을 받고, 그 길로 이야기를 다듬는다. 이 과정에서 내 몸의 덩치가 가진 느린 리듬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급히 밀려오는 트레이드오프의 압박 속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창작의 숨통을 여는 리듬이 된다. 이때 나는 나의 존재감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편이랄까. 그러나 이 몸이 만들어 내는 것은 단지 큰 힘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배려를 실은 말 한마디의 힘이다.
현실의 거리에서 느끼는 기술의 얼굴
동네의 분위기는 늘 바뀌고, 기술의 얼굴도 바뀐다. 최근엔 재택근무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데도,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 조심스럽고, 소비 패턴은 달라졌다. 가게 앞의 배달 오토바이가 많아지면서도,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 학원과 학부모 모임이 줄어들고, 대신 아이들이 작은 창작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모임이 늘었다. 그 속에서 나 역시 ‘일의 경계’를 다시 생각한다. “작업의 효율성”만을 쫓아가는 속도보다, 아이디어의 질과 가족과의 대화 질을 먼저 생각하는 삶이 더 오래 버티는 힘이라는 걸 실감한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도구를 잘 다루되 도구에 의해 인간적 감각을 잃지 않는 균형이다. 예를 들면, 클릭 한 번으로 생성되는 문장을 맥락 속에서 다듬고, 그 맥락을 가족의 삶에 연결하는 일. 이 작은 습관은 우리 가족의 일상에도, 업무의 결과물에도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창작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다루는 작은 팁
– 도구는 보조다. 아이디어를 더해 주는 촉매일 뿐, 완성은 내 손으로 다듬어야 한다.
– 종이와 디지털의 결합을 두려워하지 말 것. 촉각이 필요한 순간에는 종이가, 대량의 변형과 수정을 필요로 할 때는 디지털이 몸을 돕게 하라.
– 가족과의 대화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아라. 아이의 호기심, 아내의 현실적 조언이 곧 방향성의 나침반이 된다.
– 의자와 책상이 나를 지탱하는 한계가 아니라, 생각의 범위다. 덩치가 크다고 포기하지 말고, 의자에 앉아 생각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늘려라.
– 동네의 분위기와 사회의 흐름을 눈여겨 보라. 사람들의 표정과 작은 변화가 아이디어의 씨앗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한마디, 읽는 이에게 주는 조언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 각자의 경계선을 겪고 있을 것이다. 직업과 취미, 그리고 가족 사이의 균형에서. 속도에 굴복하지 않는 법은 결국 자기가 가진 리듬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AI 시대는 우리를 대신 생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일 뿐이다. 그러니 당신의 생각이 먼저다. 작은 기록이라도 좋다. 오늘의 의자에서 느낀 불편함, 아이의 한 마디, 길거리의 한 카페에서 떠올린 한 장면. 그 모든 것이 모여 당신의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된다. 그리고 그 페이지를 가족과 친구들과 나누면, 이 시대의 경계선은 더 이상 퍼부어지는 강렬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를 다독여 주는 느린 흐름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앞으로도 이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려 한다. 창작은 늘 직업의 반쪽이었다가, 때로는 가족의 대화 속에서 완성된다. 성수동의 벽돌 냄새와 커피의 단맛이 함께하는 이 삶에서, 나의 하루는 여전히 묻는다. 우리가 말하는 속도와 방식이,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짧은 대답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다듬어 가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하루도, 작은 리듬 하나로 충분히 바뀔 수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이 가진 이야기를, 당신의 손으로 다져 보라. 그러면 언젠가 이 흐름이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의 삶에도 비슷한 온기를 남길 것이다.